▲ 라식이나 라섹 등 시력교정 수술을 받은 지 오래 됐다면 한번쯤 눈 건강을 점검해 볼 일이다.
시력 교정 수술 후 당신의 눈은 안녕하십니까?
자, 여기 공기로 꽉 채워져 팽팽한 공이 있다. 공의 껍질 두께는 1㎝. 그런데 이 공의 표면 가운데 한 부분의 껍질을 0.5㎝ 정도 칼로 깎아낸다. 그럼 공은 어떻게 될까? 껍질이 딱딱한 재질이라면 별 차이가 없을 수 있다. 하지만 연한 고무같은 재질의 껍질이라면? 깎아낸 그 부분, 그러니까 남은 두께가 0.5㎝밖에 안되는 부분은 내부 압력에 밀려 볼록 솟아 오를 터이다. 최근에야 관련 장비와 기술의 발달로 그럴 가능성이 크게 줄었지만, 꽤 오래 전에 라식을 비롯한 시력교정 수술을 받은 사람들은 그런 걱정을 쉽게 떨쳐버리지 못했다. 기본 원리가 엑시머라는 레이저를 이용해 각막 표면을 깎아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시력 교정 수술 후 꽤 지났다면, 만에 하나 일어날 지도 모를 각막 이상을 스스로 점검해 볼 일이다.
■ 수술 후 10년, 눈이 흐릿하다?
직장인 김(42) 씨. 고도근시였던 그는 10여 년 전 라식 수술을 받았다. 처음에는 괜찮았으나 5년 전부터 눈이 점점 안좋아졌다. 오른쪽 눈이 더 문제였다. 사물이 흐릿하거나 겹쳐 보이고, 때로는 일그러져 보이는 경우도 있었다. 병원을 찾아 진단을 받아보니, 오른쪽 눈 각막을 깎아낸 부분이 지나치게 얇아져서 그 부분이 약간 돌출됐다는 것이다.
라식·라섹 뒤에도 흐릿하다면
각막 얇아져 돌출하는
원추각막 질환일 수도
두께 진단 뒤 수술은 신중하게
수술 이후 관리도 매우 중요
각막링·자외선 치료 효과
김 씨의 경우는 원추각막(각막확장증)이라 불리는 것이다. 각막이 비정상적으로 얇아져 돌출되는 질환으로, 돌출된 모양이 원추 형태여서 원추각막이라 부른다. 이런 원추각막이 생기면 김 씨의 증세와 같은 부정난시가 발생한다. 평평해야 할 각막이 툭 튀어나왔는데 사물의 상이 제대로 맺힐 리 없는 것이다. 이런 원추각막은 유전이나 기타 여러 원인으로도 발생할 수 있으나, 시력교정 수술 후 간헐적으로 나타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라식이나 라섹 등 시력교정 수술을 받은 지 오래 됐다면 한번쯤 눈 건강을 점검해 볼 일이다. 자칫 원추각막 같은 부작용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 남 따라하다간 위험
애초에 각막이 약하면 수술을 받을 지 여부를 심사숙고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원추각막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수술로 깎아내고 남는 각막의 두께가 300㎛ 이상은 돼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원하는 수준까지의 시력교정을 위해서는 아무래도 깎아내야 하는 일정한 두께가 있을 것인데, 원래 갖고 있던 각막의 두께가 지나치게 얇으면 남는 각막이 얼마 남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수술을 받겠다면 환자 자신이 적극적으로 자신의 각막 두께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유전에 의한 것이든, 다른 이유에서든 수술 전에 이미 원추각막이 잠재돼 있는 경우도 있다. 실제 시력교정 수술을 위해 병원을 찾는 사람의 5~10% 정도가 원추각막을 갖고 있다는 보고가 있다. 이 경우에는 라식 등의 수술 후 각막의 지탱하는 힘이 정상인 보다 크게 약해질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무시한 채 수술을 받을 때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자신의 각막 상태에 대해 정확한 진단이 선행되고, 상대적으로 각막 보존율이 좋은 수술법을 선택해야 수술 후 합병증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유행따라 맹목적으로 하지 말라는 이야기다.
■ 눈 비비는 습관 주의를
수술을 받을 때까지는 괜찮았는데, 사후 관리를 잘못해서 탈이 날 수도 있다. 특히 평소 눈 비비는 습관이 문제가 될 수 있는데, 수술로 약해진 각막 부위를 잘못 비비면 또 다른 원추각막의 원인이 되는 것이다.
원추각막에 대한 치료는 일단 안경 교정으로 시작되며, 안경으로 시력 개선이 되지 않을 경우 콘택트렌즈를 착용할 수 있다. 최근에는 각막의 돌출된 부위를 편평하게 해주는 '각막링'(ICRS, Intrasromal Corneal Ring Segments)이나 각막 강도를 높혀주는 자외선치료(UV-Cross linking)등이 부분적으로 시도되고 있다.
원추각막 외에도 수술의 후유증으로 수술 후 오히려 시력이 약해지는 근시퇴행이나 야간에 달무리처럼 빛이 퍼지는 빛번짐 현상이 올 수 있다. 고도 근시 환자이거나 세포 재생력이 활발한 젊은 나이에 수술을 받은 사람에게서 간혹 발생한다. 수술 후에도 각막 두께에 여유가 있으면 추가 교정으로 원래의 시력으로 회복될 수 있다. 또 수술로 인해 녹내장을 늦게 발견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녹내장의 발견은 안압의 수치 확인이 필수적인데, 라식이나 라섹 수술로 얇아진 각막 두께로 인해 실제 안압보다 낮게 측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요컨대, 라식이나 라섹 등 교정 수술을 받았다면 이전 보다 배는 더 눈을 조심해야 한다는 것이다. 수술로 시력이 좋아졌는데 어느 순간 사물이 희미하거나 빛번짐이 있고, 야간에 더 안 보인다면, '아! 이거 문제가 생겼구나'하고 의심한 뒤 빨리 대응해야 한다. 임광명 기자 kmyim@busan.com
도움말=최봉준 이안과 원장